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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유로운 문화
    소소한 생각/N의 흐름 2024. 1. 10. 23:11
    chatGPT 그림 / 여유

    일본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는데
    오키나와에서 보낸 4일이
    30년 넘게 살아온 서울을 잠시 낯설게 만든다.
     
    바다가 보이는 따뜻한 섬 마을에 있다가
    눈 쌓인 빌딩 숲 사이에 있는 것도 낯설지만,
    바쁘게 움직이는 풍경이 가장 낯설었다.
     
    일본은 모노레일도 자동차도 천천히, 조용히 다니고
    사람들도 너무 여유 있어서 조금 답답할 정도였는데,
    클락션을 빵빵 누르는 차들과 바쁜 사람들 틈에 있으니
    새삼 한국에 온 게 실감 났다.
     
    한 번은 오키나와에서 타코야키 줄을 섰는데 
    시간이 지나도 줄이 줄어들지 않았다.
    버스투어 하는 날이라
    정해진 시간까지 버스로 돌아가야 했기에
    마음이 급한데 나만 급한 분위기.
     
    까치발 하며 앞을 내다보기도 하고
    시계를 번갈아보기도 하고,
    한국이었으면 종이를 나눠주면서
    1~5번 사람까지 주문을 미리 받을 텐데
    한국과 비교하면 장사할 마음이 없어 보였다.
     
    오늘 점심시간에 간 한국 식당은
    역시나 회전이 빠르다.
    메뉴판을 나눠주고 주문을 착착 받는 모습이
    익숙하면서도 조금은 낯설다.
    점심시간에 쏟아져 나온 직장인들을
    소화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식당.
     
    바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일본인의 여유에 대해 생각하다가
    아빠가 자주 했던 말들이 생각났다.
     
    내가 학교 다니기 시작할 때부터 
    10분 여유 있게 출발하란 말을 자주 하셨는데
    깜빡이는 횡단보도에 달려들지 않도록
    문이 닫히는 지하철에 뛰어들지 않도록
    여유 있게 출발하라는 이야기였다.
     
    운전을 시작했을 때는
    돌아가봤자 10분이란 말을 자주 하셨는데,
    길을 잘못 들었을 때 급하게 끼어들면 사고 난다며
    시내에서 길 한번 잘못 들어봤자 10분 차이니까
    천천히 다니라는 이야기였다.
     
    여유는 10분 일찍 출발하는 자세에서,
    10분 정도 늦어도 된다는 마음에서 나올까?

    나 혼자 사는 세상이라면 가능할 것 같다.
    나는 분명 여유 있게 도착하도록 출발했는데
    더 빨리 오라고 재촉하는 사람이 있다면,
    10분을 기다려주지 않는 상황이 있다면
    내 여유는 금방 사라지겠지.
     
    일본의 여유로운 문화는 한 사람의 여유가 아닌
    많은 사람들의 여유와 배려가 모여 만들어졌을 테고
    그래서 문화라고 부르나 보다.
     
    반대로 한국의 화려한 문화는
    여유 대신 성장을 선택한 결과일 테고,
    그렇게 한국 문화가 만들어졌구나 싶다.

    장단점이 있는 다른 문화를 경험한 덕분에
    시야가 조금 넓어지는 기분이다.
     
    빠르게 지나가는 하루 틈에
    일본에서 경험한 여유를 기억하는 N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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