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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프라이소소한 생각/N의 흐름 2024. 1. 31. 19:50
결혼하고 알게 된 남편의 신기한 능력이 있다.
바로 프라이 뒤집기 능력!
계란 프라이를 할 때도, 전을 구울 때도
프라이팬 손잡이를 휙휙 흔들면
계란이 슝하고, 전이 슝하고 예쁘게 뒤집어진다.
남편의 계란 프라이 묘기를 보며 감탄했더니
그 뒤로 더 열심히 보여주는 묘기.
집에 뒤집개가 있지만 왠지 나도 뒤집개 없이
남편처럼 계란을 휙 하고 뒤집어보려 했는데
몇 번을 해도 이게 참 쉽지 않다.
조금 더 과감하게 힘을 줘야 한다는데
계란이 날아갈까 봐 걱정돼서 힘을 못주겠다.
나에게 부족한 계란 뒤집을 용기.
계란 프라이 하나 멋있게 날리는 것도
몇 차례에 걸친 용기가 필요하다.
오랜만에 용기 내서 성공한 계란 프라이.
멋지게 뒤집어서 완성한 계란 프라이를 먹는데
문득 신생아의 뒤집기 영상이 생각났다.
목과 허리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 아기가
작은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서 몸을 뒤집는 영상.
아기를 지켜보는 어른들도
뒤집기를 성공한 아기도 해맑게 웃는 영상이었다.
내가 계란 프라이를 뒤집개 없이 뒤집는 것도
아기가 어른의 도움 없이 스스로 몸을 뒤집는 것도
알게 모르게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 같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맞이한 모든 순간동안
정말 많은 용기를 내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용기를 내는 것도
원하지 않는 상황을 지나기 위해 용기를 내는 것도
삶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작은 걸음 하나도, 작은 손짓 하나도
굉장히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 같다.
오늘 하루만 해도
얼마나 많은 용기를 내며 살았을까.
알게 모르게 낸 많은 용기들이
오늘 하루를 살게 했을 것이다.
평범한 하루를 보내더라도
하루를 마칠 때 함께 있는 이에게,
나 스스로에게 꼭 박수 쳐주자.
오늘도 용기 내서 살았다고.
계란 프라이 N의 흐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