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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많이 가질수록 멀어지는 것
    소소한 생각/N의 흐름 2024. 1. 3. 21:52
    chatGPT 그림 / 작별

    어제 뉴스에서 죽을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을 봤다.
    존엄하게, 인간답게 죽을 권리.
    회복 가능성이 없는 마비환자인데
    스위스의 안락사 시설에서 생을 마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스위스에 동행하는 자녀가
    국내에서 자살 방조죄로 처벌될 수 있어
    존엄사에 대한 헌법소원을 냈다는 뉴스였다.
     
    20대에 읽은 책
    조조 모예스의 「Me Before You」가 생각났다.
    멋지고 부유한 남자가 사고로 전신마비가 돼서
    안락사를 준비하던 중
    간병인으로 온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다.
    남자는 죽음을 선택하고 여자는 혼자 남는 결말이라
    펑펑 울면서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는데
    죽음을 택하는 남자를 이해하지 못했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게 당시 내 소원이라
    가장 좋은 소원을 이뤘는데
    죽음을 선택하는 게 이해가 안 됐다.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옳고 그름을 떠나서 공감은 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나니
    더 잘해주지 못해서 속상할 때가 있는데,
    사랑하는 사람을 두 팔로 안아주는 것조차 어렵다면
    무능력함에 큰 슬픔이 밀려올 것 같기도 하다.
     
    비슷한 흐름으로
    내가 사랑하는 무언가를 누리지 못하는 슬픈 현실과
    나아질 것이 없다는 불행하고 괴로운 미래에 갇히면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얼마 전에 본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에서도
    죽은 엄마를 그리워하며 사는 스즈메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토를 만나 좋아하는 감정을 느끼면서
    죽음을 앞둔 순간에 살고 싶다며 눈물을 흘린다.
    이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다.

    이런저런 장면이 연결되면서 드는 생각.
    가진 게 많을수록 죽음과 멀어지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나도 남편과 결혼하기 전에는
    내 인생이 끝날 때가 되면 끝나겠지,
    내게 주어진 시간이 족한 시간이겠지 생각해서
    죽음이 크게 두려운 적이 없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남편을 만나고 나서는
    남편이 죽는 것도 내가 죽는 것도 너무 슬프다.

    혼자 남아 슬픔을 견디지 않아도 되도록
    우리가 한날한시에 죽었으면 좋겠다 생각하는데,
    아기가 생기길 바라는 요즘은 그마저도 안될 것 같다.
    부모를 잃은 자녀는 또 얼마나 슬플까 싶어서...
    내가 이 땅에 사랑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이 땅에서 누리는 즐거운 일이 많을수록
    죽음과 멀어지길 바라게 된다.
     
    잃은 것이 많아서 죽음을 바라기도 하고 
    가진 것이 많아서 죽음이 멀어지길 바라고.
    삶이 참 복잡한 과정인 것 같다.

    이 복잡한 과정 속에서
    땅에 묶이지 않고 하늘에 소망을 둘 수 있길.
    빌립보서 4장 12절 바울의 고백처럼
    나는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 곧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
    그 비결이 우리 안에 있길.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맡겨진 순간에 감사하길,
    죽음을 바라는 이들에게 소망이 있길 바라는 N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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