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지 2024. 10. 3. 22:42
chatGPT 그림 / 포도나무 가지치기


몇 달 전부터 미용실에 갈 때마다
길이를 다듬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를 몇 번 들었는데,
열심히 기른 머리카락이 짧아지는 게 아까워서 미뤘다.

지난 2월부터 머리카락을 기르기 시작했는데
어깨에도 닿지 않던 머리카락이
이제 막 쇄골에 닿을 만큼 길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이번에 미용사 말을 따르기로 결심하고
길이가 아깝지만 조금만 다듬었다.

웬걸, 왜 진작 말을 안 들었나 싶게 만족스러웠다.
드라이하기도 훨씬 편하고 훨씬 깔끔해졌다.

거울 볼 때마다 만족스러운 새 스타일이라
전문가의 말은 새겨듣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문득 요한복음 15장에 있는 말씀이 생각났다.

요한복음 15장 2절
무릇 내게 붙어 있어 열매를 맺지 아니하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그것을 제거해 버리시고
무릇 열매를 맺는 가지는
더 열매를 맺게 하려 하여 그것을 깨끗하게 하시느니라
아멘...

아까워서 다듬지 못한 게 내 머리카락뿐일까.
부족한 안목으로 쳐내지 못하고 있는 다른 건 뭘까.

요즘 내 생활에 어떤 열매가 있나 돌아보게 됐다.

최근에 내가 가까이하는 것, 좋아하는 것은
열심히 노는 것이었던 것 같다.

신혼을 즐기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그런지,
남편이 재밌게 잘 놀아줘서 그런지 참 열심히 놀았다.

즐겁게 노는 건 분명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 에너지를 전부 노는 것에만 쓴다면
내가 기독교인으로서 비기독교인과 다른 점이 어디에 있을까 싶다.


요한복음 15장 4-5절
4 내 안에 거하라 나도 너희 안에 거하리라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아니하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음 같이 너희도 내 안에 있지 아니하면 그러하리라
5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사람이 열매를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라
아멘!

하나님이 나를 다듬어 갈 수 있도록
내가 가장 의미 있고 귀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내가 있어야 할 곳에 마음을 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잊고 지낼 때마다 문득 생각나는 말씀이 나를 붙잡아주니
내가 가는 길이 있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든다.

내가 가야 할 길을 곧게 걸어가 보자!

나를 붙잡는 불필요한 것들을 깔끔하게 쳐내면서,
열심히 열심히 곧게 가보자는 다짐하는 N의 흐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