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순간/감사, 임신 일기

하트 - 임신 4~6주 초음파, 8주 반복유산

양상지 2024. 8. 27. 13:58
ysg photo / 임신테스트기 3주 6일차

 
올해 두 번째 임신을 했다.
 
첫 번째 임신은 2월이었고, 3월 말에 유산했었다.

6월쯤 되니 그동안 잘 쉬었다는 생각과
임신 준비를 시작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6월부터 다시 엽산을 챙겨 먹었고, 배란일도 챙겼다.
그리고 7월 21일, 두 번째 임신을 확인했다 :)
 
그런데 이게 웬일, 6월에 산 테스트기인데
유통기한이 4월 말까지였다. (세 달 지남)
 
임신이 아닐 수도 있겠단 생각에 살짝 아쉬웠는데
약사님이 얘기를 듣더니 두줄이면 임신 맞을 거라 했다.
 
새로 받은 테스트기로 다시 해보니 진한 두 줄이었다.

여러 감정들이 교차했는데,
가장 큰 마음은 아무래도 감사였다.
 
감사를 잊지 않는 우리 부부가 되길!


ysg photo / 4주 4일 초음파, 아기집


조금 이르지만 4주 4일에 병원에 갔고,
정말 작은 아기집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에 아기집 같은 게 두 개라 쌍둥이인 줄 알았는데
다행히(?) 하나는 착상혈인 것 같다고 했다.
 
자연임신은 쌍둥이가 드물기도 하고
모양이 살짝 흐려서 착상혈인 것 같다고 했다.

임신 극 초기라 정확한 진단이 어려웠지만,
그래도 아기집으로 추정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임신에 한 발짝 다가간 기분에 굉장히 두근거렸다.


ysg photo / 5주 3일 초음파, 난황


5주 3일 새벽 2시쯤 복통이 너무 심해서 잠에서 깼다.
아랫배에 경련이 일어난 것 같은 통증이었다.

왠지 안 좋은 신호일 것 같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아침에 병원에 가서 초음파를 보니 아무 일도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아기가 무사히 잘 자라고 있었다.

아기집이 두 배나 커졌고, 난황이 생겼다.
모든 게 잘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임신 초기에는 아기가 폭풍 성장을 이루기 때문에
자궁이 커지면서 복부 통증이 심할 수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심한 생리통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생리통이 전혀 없는 편이라 배 아플 일이 없어서
배가 아프면 심각한 일인 것만 같았는데 다행이었다.

남편의 응원을 힘입으며 잘 지나 보리라 다짐했다.


 

ysg photo / 6주 4일 초음파, 심박수 확인

 
6주 4일, 아기를 확인했다.

남편과 함께 병원에 가서 초미니 아기를 보고 왔다.
정말 작디작은 아기의 심장 소리도 처음으로 들었다.
(아기 3mm, 심박수 116 bpm)

이 시기에는 태아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서
크기는 오차범위 내에 있다고 한다.
(6~7주 태아 크기 평균은 5~12mm)

아기집 주변에 피고임이 많은데 출혈은 없었다.
병원에서 이 부분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이날 태아를 확인해서 임신확인서를 받았고,
임신출산 바우처 100만 원도 새로 발급받았다.


8주 5일, 유산을 진단 받았다.
 
초음파를 보는데 아기집이 비어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아기집은 많이 커졌는데
아기는 6주(3mm)에서 멈춘 크기라 빈집처럼 보였다.
 
지난번 진료를 마치고 2주 동안 특이사항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임신 관련 증상이 있는 것도 아니긴 했다.
 
그래도 지난번 임신 때 8주까지 정상적으로 갔기에
이번에도 8주는 지날 줄 알았는데, 속상했다.
 
지난번에는 특별한 검사 없이 마무리했었는데,
연달아 두 번이면 반복유산에 해당되기에
소파술 후 염색체 검사를 하기로 했다.
 
소파술 일정을 잡고 수술 전 검사를 한 뒤
남편과 함께 귀가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마음이 안 좋았고 눈물도 조금 났다. 
그러다 남편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금방 회복되었다.

진료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남편이 이 상황을 어떻게 보면 좋을지 기도했는데
‘의심하지 말자’는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지금 우리의 상황이 우리에게 가장 좋은 길일 것이고,
나중에 보면 꼭 필요한 시간일 것 같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한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의심하지 말고
우리에게 필요한 시간을 잘 지나가보자고 한다.
 
남편은 눈물이 정말 없는데,
이런 마음이 불쑥 들면서 눈물이 살짝 고였다고 한다.

남편의 고백이 다른 무엇보다 내게 큰 기쁨이 된다.
하나님이 이렇게 일하신다니 감사할 뿐이다.

우리 부부가 한 마음으로 같은 길을 걷는다는 게,
서로를 붙잡아주며 나아가는 관계라는 게 참 감사하다.

하나님이 우리 가운데 함께하시고 위로하시는 것도,
이것을 깨달으며 감사할 수 있어서 참 감사하다!

우리에게 일어난 모든 사건이 우리를 만들어가는데
그 과정 가운데 넘어지지 않고 단단해져보려 한다!


9주 0일, 소파술 당일 아침에 아기집 덩어리가 나왔다.

수술 전날 싸이토텍 2알을 처방받아먹었는데
자궁을 수축하는 약이라 스스로 나올 수 있다고 한다.

자연배출이 두 번째라 놀라진 않았다.
그냥 아주 작은 핏덩어리일 뿐이니까.
 
지난번엔 약 먹기 전부터 심한 복통이 있다가 나왔는데,
이번에는 약 복용 후 지난번보다 덜한 통증 후에 나왔다.

통증이 심하진 않았고 조금 신경 쓰이게 아픈 정도였다.

두 번째라 그런지 힘들지 않게 금방 잘 끝난 것 같다.

아쉬운 게 있다면 집에서 배출된 건 오염 문제로
염색체 검사를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유산이 세포분열 과정에서 생긴 문제로
기형이 되어 자연스럽게 탈락한 건지는 알 수 없게 됐다.

그래도 수술을 안 해도 된다는 게 훨씬 좋았다.

올해 임신은 여기서 잘 마무리하고,
내년까지 체력 관리 잘하면서 즐겁게 지내야겠다.

+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 귀한 시간이었다.

나는 임신사실을 알자마자
회사 휴직, 아기 돌잔치, 아기 20살 때 우리 나이 등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계획이 가득했다.

그런데 이렇게 반복유산을 경험하면서
내 계획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부모가 되고 싶다는 내 계획 말고
내 계획보다 훨씬 좋은 하나님의 계획이 기대된다.

아빠에게 하나님과의 대화를 선물해 준 고마운 아기,
엄마에게 내려놓는 법을 알려준 귀한 아기를 마음에 새긴다.

우리 가정을 위로하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끼며,
이 모든 과정을 허락하신 뜻 가운데 있길 소망합니다.